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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큘레이션(articulation)이란?

 

아래 악보는 「바이어(Beyer, 흔히 "바이엘"이라고 부름) 피아노 교본」의 제19번 곡입니다. 악보 중에는 이 악보에서 보듯 슬러(slur) 또는 이음줄이라고 하는 기호가 많이 그려져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이들 슬러 기호는 슬러 주법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며, 이음줄로 연결한 음들을 레가토(legato)로, 그리고 (고르지 못한 소리가 나면 그 순간 연결이 끊어지므로) 고른 소리로 잘 연결하여 연주하라는 표시입니다. 이러한 경우,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이 연주합니다.

즉, 이음줄로 연결된 '일련의 음들'을 레가토로 이어서 연주하고 이음줄이 끝나는 곳의 음은 적절하게 끊습니다 ― 흔히 가볍게 끊습니다. 그러나, 이음줄이 끝나는 곳의 음을 어떻게 끊느냐 하는 점보다는 레가토로 연결된 음렬(音列)이 한 번의 호흡으로 노래하는 것으로 들리도록 그들을 결속시키는 데 더 의미를 두어야 합니다. 이음줄 끝의 음을 끊는 것은 그와 같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그 다음 (이음줄의 시작) 음과 경계를 짓기 위함인 것입니다. 말하자면, 이음줄은 이음줄로 연결된 음들을 레가토로 "연결하여" 연주함으로써 그들을 한 묶음 또는 한 그룹(group)으로 들리도록 하라는 표시라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와 같이 일련의 음들을 한 묶음 또는 한 그룹(group)으로 들리도록 하는 연주 기법을 '그루핑(grouping)'이라고 합니다.

레가토 연주를 뜻하는 슬러 기호는 프레이즈(phrase, 작은악절)나 아티큘레이션(articulation)에 대한 그루핑의 기호로 사용됩니다(※ "아티큘레이션"이란 말의 뜻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설명하게 됩니다). 아래 악보에서 붉은색 슬러 기호들은 프레이즈를 나타내며, 청색의 슬러 기호들은 아티큘레이션을 구분짓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프레이즈는 작은악절을 뜻하는 말입니다. 그리고 "프레이징(phrasing)"이란 작은악절을 그루핑하기 위해 슬러 기호의 마지막 음(프레이즈의 끝 음)을 흔히 끊어서 연주하는 것을 가리킵니다. 성악가들은 대개 프레이즈의 끝음을 호흡하는 곳으로 이용합니다. 즉, 해당 음의 음가(音價: 음의 길이)를    그    . 그래서 흔히 프레이징을 한 번의 호흡으로 연주하듯 표현하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이 말은, 성악가가 한 번 숨을 들이쉬고 프레이즈(작은악절) 전체를 끊임이 없이 잘 이어서 노래하고 그리고 그 끝에서 숨을 쉬듯 프레이즈(작은악절)를 그루핑 하라는 뜻이라 하겠습니다. 

물론 악기로 연주할 때에도 흔히 그와 같이 하여 프레이징을 나타냅니다만, 그 밖에도 경우에 따라서는 프레이즈를 경계로 음색을 바꾼다든지 뒤나믹(Dynamik, [독])이나 아고긱(Agogik [독])을 달리하는 등, 프레이징을 나타내는 수단과 방법은 다양합니디. (※ 뒤나믹, 아고긱  ☞ 「악상 해석」 p.51 )

       악보. 레가토를 의미하는 슬러(이음줄) - 바이어(Beyer) 피아노 교본, 연습곡 제19번

위 「바이어(Beyer) 피아노 교본」의 제19번 곡은 4마디씩의 작은악절 두 개가 합해져서 큰악절을 이루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악보에서의 청색 슬러 기호들처럼 작은악절을 보다 더 작은 그룹으로 나누어 그루핑할 때, 그 하나하나의 작은 그룹을 아티큘레이션이라고 합니다. 또는 그것(아티큘레이션)을 그루핑하기 위한 기법으로서 (마치 프레이징과 유사하게) 흔히 그 끝 음을 가볍게 끊어 연주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아티큘레이션의 수단과 방법 역시 프레이징의 경우처럼 (그 끝 음을 가볍게 끊어 연주하는 것 이외에) 다양합니다. 그리고 또한, 그 밖에도 스타카토, 스피카토, 논·레가토 등으로 음을 끊는 것 자체를 아티큘레이션이라고도 합니다.

한데, 그루핑을 뜻하는 프레이징과 아티큘레이션을 흔히 따로 구별하지 않고 프레이징이건 아티큘레이션이건 모두 프레이징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이는 명백한 잘못이며 용어 사용의 혼란이라 하겠습니다. 그러므로 어쨌거나 누군가가 「프레이징」이라고 했을 때, 그것이 프레이징을 의미할 수도 또는 아티큘레이션을 의미할 수도 있으므로 듣는 사람이 스스로 주의해서 구별하여 들어야 합니다. 사실, 전문 음악가 중에서도 이들 용어를 구별하지 않고 사용하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참고로 위 악보에서 나  와 같이 이음줄(slur) 아래에 스타카토 점이 표시된 것은 ‘메조·스타카토(mezzo staccato)’ 기호입니다. 음높이가 같은 음(동음, 同音) 사이를 이음줄로 연결하면 그것은 이음줄이 아닌 붙임줄(tie)이 되어 버립니다. 그러므로 동음 간을 (붙임줄이 아닌) 이음줄로 연결하고자 할 때에는, 위 악보에서 보듯, 메조·스타카토로 기보하는 방법을 사용합니다. 그러나 슬러 기호를 붙임줄로 오해할 우려가 없는 경우에는 동음 간에도 보통의 레가토 슬러 기호를 사용하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