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머리에 

  이 책은 기존의 기타 서적류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내용을 수록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기존의 기타 서적과 유사한 책을 찾는다면, 책을 잘못 고르신 것입니다. 이 책은 클래식 기타의 기본기에 대한 강의를 주 내용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론서이면서도 이론이 아닌 실제를 이야기합니다.

  기예 분야에 있어서,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되어서도 결코 수련을 멈추지 못하는 것이 바로 기본기입니다. 기본기란 입문과 함께 시작되나 그 끝은 없는 것이 보통입니다. 흔히 듣게 되는 「모든 것은 기본기로부터 시작하여 기본기로 끝난다」는 말은 기본기의 무궁무진한 깊이를 그 한마디에 함축하고 있다 하겠습니다.

  모든 기본기는 초보 때부터 시작되는 것이므로, 기본기에 대한 강의라는 점에서 이 책에서의 논의 대상은 초급 과정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 내용의 깊이에 있어서는 결코 초급 수준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중·상급 수준의 학습자에게도 충분히 유익한 내용이라 하겠습니다. 기본기란 겉보기에는 단순해 보일지라도 그 하나하나가 가장 심오한 깊이를 가진, 기예(技藝)의 결정체입니다. 그러므로 초·중급의 한계를 두어서는 체계를 갖추어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학습자 역시 기본기 하나하나에 대한 원리와 그 메커니즘의 정수(精髓)를 몸으로 느껴 납득하기 위해서는 굳이 초·중급의 경계를 의식하지 않고 포괄적으로 전체를 볼 필요가 있습니다.

  어떤 기본기 하나에 대하여 그것을 전체적으로 보지 않고 학습 단계에 따라 퍼즐 조각으로 나누어 보게 되면, 인도의 설화 「장님과 코끼리」이야기에서와 같은 오해를 빚기 십상입니다. 코끼리 다리를 만져본 장님은 코끼리가 기둥이라 하고, 배를 만져본 이는 벽이라 하고, 꼬리를 만져본 이는 뱀이라 하고, 귀를 만져본 이는 큰 부채라고 하는 식의. 온전한 코끼리를 보기 위해서는 퍼즐을 다 맞추어 놓은 전체를 보지 않으면 안됩니다.

  지혜는 전체를 관조하는 데서 시작되는 것입니다. 다행히 기본기는 고급 수준의 기법들과는 달라, 고도의 실기적 능력을 갖추지 않고도 웬만큼은 그 원리나 메커니즘에 대한 포괄적 이해가 가능합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갖가지 연주법(테크닉)의 모태(母胎)라 할 기본기의 그 심오한 저변을 꿰뚫어보기 위해서는 어쩌면 실기적 기량보다는 지적(知的) 수준이나 사고(思考)의 깊이가 더 요긴한 덕목일 것입니다. 한데, 기타 연주에 초보라 해서 지적 수준이나 사고의 깊이까지 초보인 것은 결코 아닙니다. 그러므로 굳이 초·중·상급으로 나누어 설명할 까닭이 없는 것입니다.

  실기를 익혀 나가기 전에 기본기 하나하나에 대한 원리나 메커니즘을 포괄적으로 통찰하고 이해해 두는 것은 자칫 겪게 될지 모를 수많은 시행착오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기본기를 잘못 익힌 탓에 그것을 처음부터 다시 익혀야 하는 시행착오의 악순환에 시달리는 친구들이 얼마나 많은가를 고려하면 그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테크닉은 버릇이나 습관의 일종입니다. 그러므로 자칫 잘못 길들여지고 형성된 버릇을 나중에 바로잡기 위해서는 들인 노력의 몇 갑절을 다시 들이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우리 친구들이 기본기를 연습하기 이전에 그리해야 하는 이유와 원리 및 정확한 메커니즘 등을 충분히 이해하고 납득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이상과 같은 사실을 고려하여 무엇보다도 기본기에 대하여 그리해야 하는 이유를 그 바탕에 깔려 있는 과학적이고 해부학적인 원리를 들어 설명하고, 또한 그 구체적인 메커니즘을 하나하나 충실하게 설명하려 애썼습니다. 또한, 눈높이를 초급 수준에 맞추어 가능하면 이해하기 쉽도록 저술하기 위해 안간힘을 다했습니다만, 이 책에는 여전히 우리 초보 친구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도 더러는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다 해서 당황할 것은 없습니다. 처음 읽어서 100% 이해가 된다면 그것이 어찌 기대하는 만큼의 가치가 있는 책이라 할 수 있으리오. 이 책을 읽어 나가는 중에 일부 이해가 되지 않는 것들은 선생님께 여쭈어 보아도 좋을 것이고, 그것이 여의치 않다면 그냥 선반 위에 올려 두도록 하십시오. 언젠가 싹이 틀 것을 기대하고 저자가 미리 던져 놓은 씨앗이라 여기시고. 심어 둔 씨는 시간이 흘러가는 중에 여건이 성숙하면 언젠가 싹을 틔우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심어 두지 않은 씨는 싹을 볼 일 또한 없습니다. 선승(禪僧)은 초보 까까머리 중에게, 언제쯤이나 깨닫게 될지 기약하기 어려운 화두(話頭)를 곧잘 던져 두곤 합니다. 그 외에 더 나은 방법이 달리 없을 때는 말입니다.

  기타(guitar)는 이 지구상의 악기 중에서 연주법이 가장 복잡 미묘한 악기입니다. 그러므로 가르치는 사람의 입장에서 볼 때, 사실 초보 친구들에게는 설명해 주어야 할 것들이 많습니다 ― 중·상급 학습자들의 경우는 대개 교감(交感)을 위주로 하는 레슨이어서 장황하게 설명해야 할 것이 오히려 많지 않은 편입니다.

  이제 막 기타에 입문한 학습자에게는 조율법이라든지, 다양한 변수를 가진 손톱 다듬기와 연주자세, 여러 가지 탄현 기법에 대한 기본 원리 등등을 장황하게 설명해 주어야만 하는데, 이는 무한정 시간과 노력을 앗아가는 블랙홀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시간을 쪼개 가며 학습자들을 상대해야 하는 선생님으로서는 그와 같은 내용에 대해 학습자가 온전한 안목을 갖게 되도록 충분한 시간을 할애하여 설명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그러므로 초보자가 등록하면 반가움과 함께 한편으로는 지레 두통부터 느끼게 되는 것이 선생님의 입장이라 하겠습니다. 참고로, 기타 이외 다른 악기의 경우에는 그와 같은 고역을 치러야 할 까닭이 없습니다. 이를테면, 피아노를 가르치는 선생님이라면 피아노 선 갈아 끼우기에서부터, 피아노 조율하기, 손톱 다듬기, 티란도(알·아이레) 주법과 아포얀도 주법, 왼손의 자세 및 운지법, 아르페지오를 연주하는 여러 가지 탄현 메커니즘···· 등등을 진이 빠지도록 미주알고주알 설명할 일은 없습니다.

  그러나 기타의 경우, 그와 같은 기본 사항이나 기본기들은 결코 대충 건성으로 설명하고 넘어가서는 안되는 것들입니다. 앞으로의 실력 향상에 두고두고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결정적인 노하우(know-how)들이 부지기수로 내포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해진 레슨 시간을 무한정 늘일 수는 없으므로 많은 부분을 생략해 버릴 수밖에 없는 안타까움이 있습니다. 게다가 적절한 그림이나 도면도 없이 열정만으로 설명하다 보면 몇 사람 가르치지 않아서 목이 메이고 몸은 풀 죽은 삼베처럼 늘어져 버리고 맙니다. 뿐만 아닙니다.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에게마다 매번 같은 설명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하는 짓이란 차라리 고문에 가깝습니다.

  이 책은 그와 같은 고충을 해소해 줄 것입니다. 이 책은 수많은 그림과 악보 예들로 무장하고 있으며, 기본기 하나하나에 대한 기승전결(起承轉結)을 제대로 갖춘 해설을 적재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선생님께서는 지루한 설명의 고역일랑은 이 책에 떠넘기고 보다 교감(交感)적인 레슨에 시간과 노력을 집중할 수 있게 되고, 우리 친구들은 현실적 여건상 선생님으로부터의 충분한 설명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그 부족분을 이 책에서 보충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기본기 하나하나에 대한 메커니즘과 노하우(know-how)들을 미리 예습해 둘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여유를 가지고 그에 대해 깊이 사색하고 검토해 보는 것이 가능할 것입니다.

  이 세상의 어떤 분야이든 그것이 기예에 관련된 것이라면 항상 강조되는 것이 바로 '기본기'입니다. 그리고 기본기는 초보 시절에 그 바탕이 다듬어지는 것이므로 초보 친구들을 위한 교육과정(curriculum)은 그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습니다. 미래의 마에스트로(maestro)가 현재의 초보자임은 윤회(輪廻)의 진리입니다. 검도의 '후리기'나 권투의 '스트레이트' 등은 단순하기 짝이 없는 동작이지만 초보 과정에서 그것만 수개월씩 지겹게 되풀이하여 익히게 합니다. 기본기는 최고의 검객이나 최고의 복서가 되려 하는 데 있어서도 절대적인 전제 조건이기 때문입니다. 기타리스트의 입장도 이와 다를 게 없습니다. 탄탄한 기본기가 없이는 대성(大成)도 없습니다.

  기타의 경우, 바로 이 기본기에 대한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설명을 충실하게 제공하고 있는 서적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지난 세기의 비과학적인 기법이나 장님 코끼리 더듬기 식의 해괴한 편견, 거기다 아전인수격인 터무니 없는 독단과 오류까지 더해진 교본들이 아직도 여기저기 널려 있는 형편입니다. 그 결과 학습자들에게 도움을 주기보다는 오히려 돌이킬 수 없는 시행착오를 겪게 함으로써 마침내 좌절을 맛보게 하는 예가 부지기수입니다. 그런데 기본기에 대해, 납득할 수 있을 정도의 체계적인 설명을 하기 위해서는 방대한 양의 지면이 필요합니다. 그러므로 여느 교본처럼 과제곡을 함께 싣는 방법으로는 그러한 목적을 달성하기가 불가능합니다. 기타와 같이 그 연주 기법이 다양하고 심오한 악기에 있어서는 과제곡을 위주로 하는 교본과는 별도로 기본기에 대한 이론적 해설을 수록한 책이 있어야만 그와 같은 문제가 해결될 수 있습니다. 이 책은 바로 그와 같은 이유로 저술되어진 것이라 하겠습니다.

  모든 기술과 이론은 쉴 새 없이 발전을 거듭합니다. 우리는, 지금 이 순간 가장 앞선 노하우(know-how)가 하룻밤 자고 나면 어느새 시대에 뒤떨어진 지식이 되어 버리는 세상을 살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세상사라는 것이 대개는 같은 목적을 가진 경우라 할지라도 그 수단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와 같이 다양한 수단이 존재하게 되는 이유란 각기 일장일단(一長一短)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를테면, 비행기로 가면 빠르긴 하지만 기차 여행에서처럼 여유와 풍광을 즐길 수는 없습니다. 음악 이론이나 연주법(테크닉)에도, 훌륭한 음악을 만들고 연주하기 위함이라는 그 목적은 동일하지만, 다양한 이론(異論)과 유파(流派)가 존재합니다.

  이 책에 제시되어 있는 기본기에 대한 제반 이론과 노하우들은 대개 현재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들입니다. 이 책의 내용 중에는 저자의 독자적인 연구에 의해 현재의 보편적 상식이나 이론보다 새로이 한 발 앞서 나아간 부분도 일부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부분조차도 이미 학문적으로 인정된 사실이나 또는 과학적으로 확립된 사실에 근거하고 있으며, 필요할 경우에는 실험에 의한 검증 과정을 일일이 거쳤습니다. 그렇긴 하지만, 여러분을 지도하는 선생님의 가르침과 이 책의 일부 내용이 서로 차이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만일 그러한 경우라면 여러분은 가급적 이 책의 내용보다는 선생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왜냐하면, 그 차이는 여러분을 지도하는 선생님께서 이 책에 기술되어 있는 것보다 더 앞선 연주 이론을 터득하고 계시거나 아니면 이 책에 제시된 이론과는 유파를 달리하는 데서 비롯된 것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유능한 선생님이라고 전제할 때 그렇다는 이야기이긴 합니다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인해 훌륭한 선생님으로부터 가르침을 받지 못하고 홀로 '독학'하는 친구들까지 염두에 두고 이 책을 쓰긴 했지만, 이 책은 레슨에 있어서 부교재(an auxiliary textbook) 또는 참고서(a study-aid book, a reference book)로 활용될 때 그 가치를 더하게 될 것입니다. 이 책을 처음부터 순서대로 읽어 나가는 것도 방법이겠으나, 그런 의미에서 필요할 때 필요한 부분을 찾아서 공부하는 것도 괜찮은 학습 방법이라 하겠습니다. 이 책이, 기타 음악에 매료된 (초·중급, 나아가서는 상급자들까지도 포함한) 여러 친구들과 그들을 가르치느라 수고하시는 선생님들의 고충을 더는 데 이바지하기를 소원해 마지 않습니다.

  저자는 이 책을 삼가 모친(韓誠實)의 영전에 바칩니다.

  2004년 10월  잔메에서  저자  신현수.

 

  저자 서문('책 머리에')이 씌여진 날자(2004년 10월)는 저자가 원고를 탈고한 시점이어서, 이 책의 초간 일자와는 수년의 차이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 자리를 빌어 이 책에 수록된 사진들을 촬영하는 데 도움을 주신 경남대 iris 클래식기타 연구회 6기 최상곤, 남기태님과 부산교대 한새 클래식기타 연구회 8기 전민님(촬영 담당), 그리고 울산대 바로크 클래식기타 연구회 8기 이종원님께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이상, 특별한 순서 없이 거명하였습니다).

  2007년 5월  잔메에서  저자  신현수  추백(追白).

 

 ※ 행복한 하루 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