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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함브라의 회상」중, 꾸밈음과 전과음의 해석에 대하여..
 (졸저「알함브라..」의 원고에서 출간시 편집상의 이유로
  제외했던 부분 중, 그 일부입니다) 

    
  「알함브라의 회상과 트레몰로 주법의 비밀」은 전부 180 페이지
의 지면으로 출간되었습니다만, 원래 제가 쓴 원고는 240 페이지의 
지면에 해당하는 양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분량이 다소 방대하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한 곡에 대한 연주법을 해설하는 책의  분량으로
는 너무한 게  아닌가 싶었슴다. 자칫 독자를 지루하게 만들어  독
서 의욕을  반감시킬 것이 염려되었지요. 해서, 그 중에서 그 중요
성이 다소  떨어지거나 또는 이론적 설명이 장황하여 어렵게  생각
되는 부분을 빼기로 하여, 60 페이지의 지면에 해당하는 원고를 제
외하고 출간했었더랬습니다. 

  한데, 이번에 어떤 분께서 게시판에 그 제외했던 부분의  일부에 
해당하는 내용을 질문했더군요. 즉, 졸저 「알함브라의 회상과  트
레몰로 주법의 비밀」 제23페이지의 악보9에 제시된 꾸밈음의 해석 
중에 어떤 것(악보9a/악보9b)을 선택하는 게 옳으냐는.


        악보9a                 악보9b
    「알함브라의 회상과 트레몰로 주법의 비밀」 제23페이지에서


  생각해 보니, 학구적 탐구열이 만만찮은 독자분들께서는 곡에 숨
겨진 이론적 사항들에 대해 적잖이 흥미를 가질 것 같기도 하고 해
서, 게시판에 답글을 올리는 대신 강의란에, 사장(死藏)되어  있던 
원고의 해당 부분을 발췌하여 올립니다.

        - 2002년 9월 24일, 신현수 -

 
※ 아래 글은 「알함브라의 회상과  트레몰로  주법의  비밀」      
   제96페이지의 두 번째 문단에 이어지는 부분입니다.


  중년 사내의 말투가 평소보다는 좀더 진중한 듯했습니다. 아이는 
점점 표정이 어두워져 갔습니다.  중년 사내의 입에서  금방이라도  
'이별'을 의미하는 말이 튀어나올까봐 마음을 졸였습니다. 중년 사
내는 잠시 말을 멈추고 뜨락으로 시선을 옮겼습니다. 스산한 한 줄
기 바람이 둘 사이의 침묵을 가르고 지나갔습니다.

  아이는 조바심이 났습니다. 두어 달 전부터 이미 예견하고  있었
던 일이긴 했으나 아무튼 조만간 레슨이 끝나게 될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오늘이 바로 그날이 아닌가 싶은 방정맞은 생각이 자꾸  들
었습니다. 최근에 와서, 쉽사리 풀리지 않고 생각할수록  꼬이기만 
하는 의문 사항이 생겨나 애를 태우던 터였으나  차일피일  미루며 
끝내 운을 떼지 못했던 것은 그와 같은 분위기 탓이기도 했습니다. 
전적으로 그 때문만이라 할 수는 없겠지만 말입니다 ―  어쩌면 질
문해야 할 것이 모르긴 해도 스승의 위엄에 도전하는 듯한 면이 없
지 않은 듯해서 더욱 조심스럽기도 했습니다.  해서, 미리  문제의 
요지를 분명하게 하고 사전 조사와 연구를 충분히 하여 행여  스승
의 심기를 어지럽히는 일이 없도록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었지만 
도무지 뾰족한 방법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웬만한 음악이론  서적
들을 뒤져 보았지만 그리 도움이 되지 못했습니다. 생각을  거듭할
수록 그것이 결코 단순한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는  심증을  굳히게 
될 뿐이었습니다. 복잡한 실타래. 그렇기 때문에 기어코 풀지 않고
서는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문제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니만큼  질문
의 성격상 최소한의 확신이나 자신감 정도는 필요했습니다만, 질문 
자체를 위한 사전 준비마저도 간단치 않은 터에···  이  문제를 
중년 사내가 아니고서는 그 누가 풀어 줄 수 있을까 싶기도 했습니
다. 「하지만, 오늘이 마지막 레슨이라면?」그래서 아이는  우울한 
심경으로 마음을 가누지 못한 채 속이 타 들어갔습니다.  이럴  때 
해결책이란 대체로 하나 뿐입니다. 우선 저질러 놓고 보는 것.

  『선생님, 뭐 하나 여쭈어 보아도 될까요?』

  중년 사내가 눈길을 돌려 아이를 쳐다보았습니다.

  『그러려므나. 뭔데?』

  『있잖아요. 알함브라 중에서 32분음표 셋잇단음이 나오는 곳요. 
제11, 15, 19··· 마디 말예요.  제1박의 음이  전과음(Appoggia 
-tura)이 아닌가 해서요(악보73).』

  『그런가?』 

  건성으로 대답하던 중년 사내가 돌연 얼굴색이 바뀌며 잠시 생각
에 잠기는 듯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아이와 악보에 번갈아  시선을 
던지며 빙긋이 웃었는데, 장난 거리가 생긴 악동들의 표정을  연상
케 했습니다.


            악보73. 알함브라 제11, 15, 19마디 


  『그래서?』 중년 사내가 다음 말을 재촉했습니다. 그로 인해 아
이는 좀더 주눅이 든, 기어드는 목소리가 되어 갔습니다.

  『만일 전과음이라면···, 전과음은 강박에 사용되는 비화성음
이니까요. 그러니, 이들 마디가 앞 마디와 짝지어 헤미올라를 형성
한다고 보아도 되나? 싶어서요(악보74).』 


                악보74.


  『애고~, 그게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냐?』

  중년 사내는 너스레를 떠는 것이 분명했습니다.   말과는  달리, 
그는 마침내 단서를 잡은 형사처럼 음흉한(?) 눈빛을 하고  있었으
니까요. 아이는 스스로 덫에 걸려든 느낌이었습니다.

  『그러니까··· 헤미올라가 되기 위해서는  비트·악센트(beat 
accent가 악보75와 같아야 하는 것인데, 전과음(Appoggiatura)으로 
인해 악센트의 위치가 오히려 3/4박에 적합한  것(악보76)으로··
· 』


 악보75. 헤미올라에 의한 3/2박에서의 비트·악센트(beat accent)



 악보76. 전과음에 의해 강화된 3/4박의 비트·악센트(beat accent)


  아이는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자신이 말하고 있는 내용의  어
느 구석엔가 틀림없이 잘못된 부분이 있을 것이고 중년 사내는  그
것을 간파하여 꼭 집어낼 것이었습니다. 그는 정색을 하고 아마 이
렇게 말할 것이었습니다.「충분히 공감할 수 있고 일리 있는  말이
다만, 네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구석이 있구나 !」. 이런 투의  그
의 질책은 은근하고 사리 분별이 분명해서 가끔은 그 전략적인  면
이 노출되는 것이 흠이었습니다.  아이는 좀더 두리뭉실(?)하게 돌
려서 말하지 못하는 자신의 서툰 말솜씨를  자책했습니다.  그런데 
어울리지 않게 중년 사내는 맘씨 좋은 빵가게 아저씨의 미소를  짓
고 있었습니다.

  『그렇구나!  네 안목이 꽤나 날카롭구나. 날 놀라게  했어.』라
고 중년 사내가 말했지만, 그 표정에서 별로 놀란 기색을 찾아  볼 
수 없었음은 물론입니다. 계략에 능한 인간들은 상대를 몰아붙이기 
전에 흔히 맘에 없는 칭찬으로 은근히 띄워 놓기 마련입니다.   하
지만, 그것은 다음에 퍼부어질 '결정타'를 위한 예비공작에 지나지 
않을 뿐입니다, 긴장을 풀어 놓기 위한. 아니나 다를까···

  『그렇긴 한데··· 그렇담, 연주가들은 왜 헤미올라로  연주하
는 것일까? 』

  중년 사내의 단도직입적인 말에, 아이는 「별 저항도 못해  보고 
지금부터 무너지는구나」 싶었습니다.

  『말 나온 김에 음반 연주를 다시 한 번 들어보자꾸나.』
  
  아이와 중년 사내는 예의 그  '알함브라 모음 테이프'와  그밖의 
몇몇 음반들을 듣기로 했습니다. 음반 속의 연주가들은 대개  헤미
올라를 잘 의식하고 있어서 여섯 군데의 헤미올라 부분들을 일관성 
있게 연주했지만, 게중에는 부지불식간에 어쨌거나 결과적으로 (또
는 본능적으로) 헤미올라로 연주되어지고 있는 듯한  연주도  없진 
않았습니다. 

  『선생님, 제 생각이 어리석을 뿐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왜  그런
지 이유는 알고 싶어요.  그리구요,  제11, 15,  19···  마디의 
꾸밈음에 대해서 두세 가지 연주 방법이 사용되고 있다는 것과  그 
해석상의 차이(악보9a, 악보9b)만 말씀해 주셨지 어느  쪽이  옳은 
것인지 또는 어느 쪽이 더 나은 방법인 것인지 가르쳐  주신  적은 
없으셔요.  그래서 저야 뭐, 왜 그래야 하는지 이유도  모르는  채 
선생님 하시는 대로만 따라 했죠, 맹목적으로요.』


     제23페이지 악보9a   <※ 제23페이지에서>    제23페이지 악보9b



  아이 생각에 이제 중년 사내의 반격은 기정 사실이 되어버린  것 
같았습니다.  그렇지만, 기왕 내친 걸음이었습니다. 어쨌거나 말을 
마치자 아이는 속이 다 후련했습니다.

  『네가 오늘 단단히 작정을 한 모양이구나. 허! 헛!』

  중년 사내는 소탈하게 웃었으며, 그의 표정은 마냥 즐거워  보였
습니다. 그는 뭔가 즐기고 있음이 분명했습니다.   그런데  아이는 
중년 사내의 말이 마치 「네가 오늘 완전히 망가지기로 작정을  한 
모양이구나.」라는 투로 들렸습니다.  중년 사내가 격에 맞지 않는 
엄살로 말머리를 풀었습니다.

  『아이고, 한꺼번에 이것저것 트집을 잡으니 머리가  다  아프구
나.  <전과음 : 헤미올라>에 대한 문제는 그 해법에  있어서  다소 
복잡·미묘하고 난해한 데가 있으니 일단 잠시 뒤로 미루어 두기로 
하고, 먼저 꾸밈음(32분음표 셋잇단음)의 해석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기로 하자. 그 꾸밈음에 대한 프로 연주가들의 해석이 하나로 일
치하고 있는 상황이 아니니, 악보에 그려져 있는  (셋잇단음  기호 
외의) 슬러 기호(악보77)가 작곡자 자신에 의한  것인지에  대하여 
의심해 볼 충분한 이유가 있는 셈이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너
와 난 「알함브라의 회상」에 대한 타레가의 자필  악보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 오른손 운지 기호라도 붙여져 있다면 도움이  되겠는
데 그렇지도 못하니. 하지만 이러한 경우에도 방법은 있단다. 그게 
뭐냐 하면, 타레가의 작곡 어법(語法)을 세세히 살펴 보는 것이다. 
작곡가란 자신의 마음 속에 존재하는 귀에 의존하여 곡을 쓰게  마
련이므로 곡을 쓰는 데 있어서 남다른 특징이나 습성 같은 것이 있
기 마련이거든.  타레가는  낭만파  작곡가로서의  취향에  무어인
(Moors ☞ 참고 : 무어인)의 기질까지 더하여 꾸밈음 사용에  있어
서 결코 망서리거나 주저하는 법이 없어 보이는 작곡가이지만 그가 
사용하는 꾸밈음에는 몇 가지 유형이 있단다. 먼저 이 점에 대해서 
주의를 기울여 악보를 고찰해 나가다 보면 운좋게도  만족할  만한 
힌트를 얻게 될지도 모르지. 악보에는 그것을 쓴 작곡가의 가장 진
솔한 이야기가  ― 때로는 작곡가 스스로도 자각하고 있지 못한 작
곡가 자신의 편린(片鱗)들이 ― 담겨 있으니까 말이야. 그것을  통
해 시공을 뛰어넘어 거장과 직접 마주할 수 있다는 사실은  악보가 
가지고 있는 매력이 아닐 수 없지.』

  
       악보77. 셋잇단음에 붙여진 슬러 기호


  『타레가의 곡들은 매우 아름답지만, 꾸밈음들 때문에 왼손 운지
가 까다로워요. 달리 운지를 바꾸어 볼 여지도 거의 없고. 대개 타
레가의 곡은 악보에 지시된 왼손 운지를 그대로 지킬 수밖에  없더
라고요.  글리산도, 포르타멘토, 꾸밈음 등을 그대로 살리기  위해
서는요. 포지션을 변경한다든지 할 여지가 거의 없기 때문에  왼손 
운지가 어려울 때가 많아요.』

  『그렇단다. 그런 점에서 타레가의 곡은 다소 특이하다고 하겠구
나. 그러므로 대개는 타레가에 의해 지시되어 있는 왼손 운지를 그
대로 지켜서 연주할 수밖에 없지. 또한 그것이 그의 곡을 가장  아
름답게 연주하는 방법이기도 하고. 그는 패시지를  가장  아름답게 
노래할 수 있는 포지션과 선을 지시해 놓았단다. 타레가는  누구보
다도 기타라는 악기의 특성을 잘 이해하는 기타의 대가가  아니냐. 
행여 운지가 까다롭다거나 하는 이유로 그가 지시해 놓은 글리산도
나 포르타멘토, 그밖의 꾸밈음 등을 연주자  자의로  생략해버리는 
것은 타레가의 곡으로서의 색깔을 상실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기
타로 하여금 노래하게 하는 타레가 특유의 색깔을, 그 매력을 말이
다. 타레가의 곡에는 그와 같이 꾸밈음들이 많이 사용되고 있기 때
문에 언뜻 그가 사용하는 꾸밈음의 종류가 매우 다양할 것으로  생
각하기 쉽지만, 의외로 그렇지 않단다. 몇 가지 되지 않거든.』

  『 !, :) ··· 』

  『이제 악보 속에 씌여 있는 타레가 자신의 말을 경청해  보도록 
하자꾸나. 그가 가장 확실하고 조리 있는 해답을 손수 건네 줄  지
도 모르니, 그의 말을 진지하게 들어 줄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에
겐 말이다.』

  중년 사내는 앉은뱅이 책상 위 책꽂이에서 타레가의 곡집을 전부 
꺼내왔습니다. 타레가는 규모가 큰 곡을 거의 쓰지 않았으며  그의 
작품은 대개 소품 위주로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편곡 작품이 작곡
한 것보다 훨씬 더 많습니다. 중년 사내와 아이는 게중에서 타레가
가 작곡한 것들을 중심으로 살펴볼 셈이어서 살펴야 할 양이  그리 
많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어디까지나 타레가의 작곡  어법(語法)이 
관심사였으니까요.

  『타레가의 전주곡(Preludio) 제5번에서 인용한  악보78에서  그
가 사용하는 꾸밈음의 모든 종류를 다 볼 수 있단다.』


          악보78. 타레가의 전주곡(Preludio) No.5에서


  아이는 악보를 보고 무척 놀랐습니다. 슬러(slur)나  포르타멘토
(portamento) 그리고 글리산도(glissando) 등에 의한 단순한  장식
음 ㈎ ~ ㈐를 제외하고 나면 나머지는 단 2 가지 유형밖에 되지 않
았기 때문입니다. 타레가의 곡에 나타나는 그 많은 꾸밈음들이  고
작 이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니···.

  중년 사내의 말이 이어졌습니다.

  『위 악보78에서 볼 수 있는 유형 이외에도 턴(Turn)  꾸밈음(악
보79) 등의 예가 눈에 뜨이긴 하지만, 이는 매우 이례적인 것일 뿐
이다.』


     악보79. 턴(Turn) 꾸밈음 - 마리에타(Marieta)에서


  『아!, 그러고 보니 그것이 턴(Turn) 꾸밈음이었군요.  턴(Turn) 
기호가 적혀 있는 것도 아니고 작은 음표로 기보되어 있는 것도 아
니지만요.』


  『악보78의 ㈎ ~ ㈐는 무수히 나타나는 예이니 따로 거론할 것이 
없을 테고, ㈑ 역시 수시로 등장하는 것이긴 하나 몇 가지 실례(實
例)를 들어 보도록 하자꾸나(악보80, 악보81).』


         악보80. 아라비아풍의 기상곡(Caprichio Arabe)에서



               악보81. 파반느(Pavana)에서



  아이는 중년 사내와 함께 계속해서 타레가의 곡집들을  뒤적였습
니다.  악보78 ㈒의 유형은 마리에타(Marieta), 마주르카(Mazurka) 
등에서 찾아 볼 수 있었습니다(악보82, 악보83).


           악보82. 마리에타(Marieta)에서



            악보83. 마주르카(Mazurka)에서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타레가가 작곡한 작품을 다 뒤져도 (아
래 악보85에서의 겹앞꾸밈음 하나를 제외하고는) 위 악보78에 제시
된 유형의 꾸밈음 이외의 예는 찾아 볼 수 없었습니다. 아이는  다
시금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악보85. 겹앞꾸밈음의 예 - 타레가의 연습곡 중에서


  『이제 알함브라 제11, 15, 19··· 마디의 꾸밈음에 대한 연주 
방법이나 그 해석상의 차이에 대하여 그리고 그것을  보는  관점에 
있어서 너도 뭔가 네 생각을 가지게 되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니? 
』

  속을 떠보는 듯한 중년 사내의 물음에 아이가  얼른  대답했습니
다.

  『타레가의 작품에서 (제23페이지의) 악보9b와 같은 꾸밈음의 예
를 달리 찾아 볼 수 없으니 악보9a의 해석이  옳음은  자명하군요. 
그렇죠?』


    제23페이지 악보9a   <※ 제23페이지에서>    제23페이지 악보9b


  그러나, 중년 사내의 대답은 다소 유보적이었다고나 할까요.

  『하지만, 그렇게 이분법(二分法)적으로 선악을 단정해 버릴  성
격의 문제는 아니란다. 타레가의 작곡 어법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
면 악보9b와 같은 연주가 보다 자연스럽게 들리지 않을까?  어쨌거
나, 악보9a를 포함하여 악보78의 ㈑, 악보80, 악보81 등에서 볼 수 
있는 이와 같은 유(類)의 꾸밈음은 언뜻 쇼팽(F.  Chopin)의  체취
(※ 타레가는 쇼팽의 전주곡 마주르카 야상곡 왈츠 등을  기타곡으
로 편곡했음)를 떠올리게 하기도 하고···· 때로는  아랍(무어) 
음악의 분위기 같은 그 무엇을 느끼게 할 때도  있다만.  목소리를 
꺾어서 구르듯 휘돌리는 창법으로 멜리스마(melisma ☞ 참고 :  멜
리스마)에 실어서 구성지게 부르는 이슬람풍의 노래를 연상하게 하
는.  서기 711년 이후 8 세기 동안이나 무어인(Moors)들이  이베리
아 반도를 지배하였으니···. 모르긴 해도 타레가의  피  속에는 
아랍(무어) 음악의 잔영(殘影)이 녹아 흐르지 않았을 리 만무하다. 
아랍 문화의 영향을 배제한 채 스페인을 이야기할 수  없듯.  너도 
알다시피 타레가는 「아라비아풍의 기상곡(Caprichio Arabe)」이라
든지 「무어풍의 무곡(Danza Mora)」등,   '아랍풍'이라는  의미를 
가진 제목의 곡을 직접 쓰기도 했지 않니.  이와 같은 사실에 비추
어, 악보80 유(類)의 꾸밈음은 그것을 유달리 많이 사용하는  경향
이나 그 색채 등이 음악 어법 측면에서 볼 때, 어딘지 모르게 고전
음악에서의 통상적인 모르덴트 (※ 모르덴트라기보다는 어퍼  모르
덴트, 또는 프랄트릴러로 지칭하는 것이 보다 적절할 것이나  편의
상 이하 그냥 모르덴트라 부르기로 합니다)와는 그 궤를  달리하는 
뉘앙스(nuance)를 담고 있다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  우리가  함께 
살펴보았듯 악보80 유형의 꾸밈음은, 포르타멘토와 함께, 타레가의 
작품을 특징짓는 꾸밈음이라고 할만한 것이지. 』

      
      악보84. 모르덴트와 어퍼 모르덴트


  역시, 타레가가 작곡한 작품에서 악보80 (또는 제23페이지의  악
보9a) 유형의 꾸밈음은, 그것이 들어 있지 않은 곡보다 들어  있는 
곡이 더 많을 정도로 무수히 찾아 볼 수 있었지만  악보9b와  같은 
겹앞꾸밈음의 예는 단 하나뿐이었습니다.  그것은 8 마디로 된  짧
은 연습곡(악보85)에서 찾아 볼 수 있었는데, 그나마 악보9b와  같
은 하행형은 아니었습니다.


        악보85. 겹앞꾸밈음의 예 - 타레가의 연습곡 중에서


  타레가의 편곡 작품 중에서는 보다 유사한 (하행형의) 예를 어렵
사리 찾아 볼 수 있었지만,  그것은  원곡의 내용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므로 타레가의 작곡 어법과는 무관하다 하겠습니다(악보86).

  
 악보86. 타레가 편곡 작품 중 겹앞꾸밈음의 예, 그라나다(Granada) - I.Albeniz 작곡
  (「그라나다(Granada)」는 알베니스(Issac  Albeniz)의 피아노를 위한 작품 「스페인
 조곡(Suite Espanola)」중 첫번째 곡입니다.)


  『악보80 유형의 꾸밈음을 언뜻 통상적인 모르덴트로 생각했었지
만, 타레가의 작품에서는 역시 선생님 말씀처럼  특별한  뉘앙스를 
가진 것으로 보아야 겠군요.』

  『그가 작곡한 모든 곡에서 그 느낌이 획일적이라 할 수는  없지
만, 아무튼 타레가 특유의 뉘앙스가 담겨 있다고 해야 겠지.  그것
이 때로는 쇼팽의 체취를 느끼게 하는 경우도 있고 때로는  통상적
인 모르덴트일 경우도 없지 않다.  그리고, 「아라비아풍의 기상곡
(Caprichio Arabe)」이나 지금 우리가 검토중인「알함브라의  회상
」과 같은 곡에서는 그로 인해 아랍 음악의 채색(彩色)이 선명하게 
드러나기도 하고. 위대한 이슬람 건축예술의 정수라고 불리우는 알
함브라 궁전이 아니더냐.  타레가는 「알함브라의 회상」에다 처음
엔「알함브라풍으로」라고 제목을  붙였었거든.  정작「알함브라의 
회상」이라고 그 제목을 바꾼 것은 출판사였다고 한다.  그런데 작
곡자가 붙였던「알함브라풍으로」라는 제목에는  「아랍풍으로」라
는 의미도 다분히 내포되어 있지 않았을까? 아무튼 그것이 아랍 음
악의 영향에 의한 것이든 쇼팽 음악의 영향에 의한 것이든, 타레가
의 작품에 무수히 나타나는 글리산도나 포르타멘토와 함께  그것은 
일종의 기질적 색채를 띤 타레가 특유의 음악 어법이라 할  성격의 
것임은 분명하단다.』

  『그렇담 선생님, 알함브라의 32분음 셋잇단음은 당연히  악보9a
로 해석하는 것이 옳다는 사실에 대해서 더 이상 왈가왈부할  것이 
없겠군요. 』

  아이는 중년 사내의 확답을 다시  한 번 재촉했습니다. 

  『작곡자의 의도에 충실한 연주를 고집한다면  그렇겠지.   하지
만, 「알함브라의 회상」은 너무도 대중적인 곡이 아니냐.  아직도 
이 곡을 모르는 이가 있다면 그는 틀림없이 외계인일 게야. 기타음
악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널리 즐기는 곡이라는  말이지.   그러므
로, 악보9b와 같은 해석은 잘못된 것이라기보다는 일반인들의 취향
을 고려하여 보다 대중적인 음악 어법 쪽을 선택한 것이라  생각하
고 싶구나.  일종의, 청중에 대한 배려가 담긴. 고전음악의 통상적
인 음악 어법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타레가의 무어(Moors)적 기질
이 다분한 모르덴트(upper mordent)가, 더구나 (악보9a의) 앞선 음
과 동일한 높이의 음을 한 번 더 되풀이하며 시작하는 그 품이, 다
소 생소하고 어색한 것일 수 있거든.  나 자신의 의견을 말한다면,
누구나 획일적으로 똑 같이 연주하는 것보다는 보다 다양한 해석이 
존재하는 편을 선호한다고 할까. 가령 모든 기타리스트가 예외없이 
악보9a로 해석하여 연주한다면 나는 어쩌면 악보9b를 택하기로  마
음 먹을 지도 모른다. 다른 이들과 똑 같은 견해를 가지는 것,  단
지 그것이 싫어서 말이다. 모든 이의 견해가 일치하는 것이 때로는 
사람으로 하여금 참을 수 없게 만들기도 하거든.  이를테면,  어떤 
사람이 자살한 것에 대해 그 많은 신문이나 방송이 예외 없이 「실
연을 비관해서 자살했다」는 식의 한 줄의 기사로  판박이  해대는 
것이. 그와 같은 단세포적인 사고(思考) 앞에  뫼르쏘오의  살인이 
의미가 있을 리 없지. 』

  중년 사내의 말에 아이는 얼마간 종잡을 수  없는  느낌이었습니
다. 그래서인지 머릿속에는 엉뚱하게도 바닷가 백사장과 수면 그리
고 햇살로 어우러진 풍광을 배경으로 화약 내음이 스쳤습니다.  엉
겁결에 도마뱀 꼬리를 밟은 격이었다고나 할까요.  「뫼르쏘오」라
니. 중년 사내의 말이 웬지 우유부단해 뵈는 것은 그의 조심성  탓
이었을 것입니다. 아이의 생각이 자칫 단순해지는 일이 없도록  조
심하는.

  『보다 새로운 또는 다양한 미학적 관점을 모색하는 것 역시  작
곡자의 의도에 충실하려 노력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연주가로서  음
악에 헌신하는 자세의 하나가 아니겠느냐 ― 비록 그 방향이  상반
될 때가 있다 할지라도.  여하튼, 이제 꾸밈음 부분의 해석에 대해
서는 충분히 너 나름의 견해를 갖게 되었을 것이다. 네 나름의  견
해를 갖게 되었다면 나는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단다. 그것이 
객관적인 합리성을 갖추고 있는 한 말이다. 자신의 견해를  갖는다
는 것은 진정한 음악인으로서의 발전을 위한 출발점  같은  것이란
다. 어쩌면 그것이 인간으로서의 존재 이유라 할 수도  있지  않을
까.  그럼 이젠 처음 질문했던  <전과음 : 헤미올라>에 대한  문제
를 이야기해 보도록 하자꾸나.』

  아이는 정곡을 살짝 피해가는 중년 사내의 날렵하고도  두리뭉실
한 화술에 내심 혀를 내둘렀습니다.  황희 정승이 그랬다는 ―  이 
말도 옳고 저 말도 옳고 또 네 말도 옳다는 식의.



  『먼저, 「전과음은 강박에 사용되는 비화성음」이라는 말의  진
의(眞意)에 대하여 좀더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도록 하자. 이  말에 
이의가 있는 것은 아니다만, 그렇다 해도 통찰력과 융통성은  필요
한 것이다.』 

  중년 사내는 말을 하면서 아이가 들고 다니던 손때 묻은  화성학 
책을 집어 들었습니다.  바로, 「연주가를  위한  기타화성학(和聲
學) ― 코부네 코오지로오(小船幸次郞, Kohjiroh Kobune) 著, 강우
식 김명표 공역(姜佑植 金明杓 共譯), 1981년  세광출판사刊」이라 
표시된 책이었습니다(이하, 「기타화성학」이라 부르기로 합니다).

  책장을 이리저리 넘기며 살펴 보던 그가 만족한 표정으로 말했습
니다.

  『이 책에서 도움이 될만한 흥미있는 부분들을 찾을 수  있구나. 
제190페이지에서부터 살펴보기로 할까.』

  제190페이지에는 이후「기타화성학」의 지면에서 다루어질  경과
음(passing note)과 전과음(appoggiatura)의 악보 예를 위한  기본
형의 악보(악보87)가 실려 있었습니다. 이 기본형의 악보를 이용하
여 비화성음인 경과음이나 전과음이 추가된 새로운 악보 예를 제시
하게 됩니다.


  악보87. 비화성음의 예시를 위한 기본 원형 ― 기타화성학 제190 페이지 예213


  『경과음(passing note)은 너도 알다시피  전과음(appoggiatura)
과는 달리 약박 또는 악센트가 없는 곳에 사용되는  비화성음이다. 
그 속성이 여러모로 전과음과는 상반된.  그런데, 실제 악보상에서
는 때때로 이 경과음과 전과음 간의 경계가 모호한 예를 보게 된단
다. 이 책의 저자(小船)는 그러한 점을 잘 간파하고 있어서 학습자
들에게 실제 도움이 될만한 예제들을 제시하고 있구나. 너에겐  좋
은 공부가 될 수 있겠다.』

  『 ···· 』

  아이는 이미 「기타화성학」을 두어 번 읽어 보았었기 때문에 그
리 관심이 가는 말은 아니었습니다.


 악보88. 기본형(원보)에 경과음을 추가한 예 ―기타화성학 제192페이지 예215 중에서
     (※ 경과음은 모두 회색으로 표시되어 있음).


  『악보88에서 x 표시가 되어 있는 음에 대한 저자(小船)의  설명
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그는 「x 표시한 곳은 원음 F(파)음의 다
음에 들어가야 할 경과음이 F음의 앞에 들어가  있다(E-미).  이와 
같은 방법으로 들어가는 음을 앞꾸밈음(전과음)이라고 하지만,  그 
앞에서부터 음계로 연속되었기 때문에 하나의  경과음으로  보아도 
무방할 것 같다.」고 설명하고 있구나. 이는 그 박(拍)상의 위치로 
보아 전과음이어야 할 비화성음도 경과음으로 해석될 경우가  있음
을 보여 주는 예라 하겠다. 흥미 있는 예가 아니겠니?』

  아이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여 보였습니다. 처음엔 그런 게 있
었나 싶었습니다. 지면을 보니 낯설지 않았습니다. 「무심코  읽었
었구나!」하는 자책감이 든 것은 무언가 짚이는  것이  있어서였을 
것입니다. 중년 사내가 이미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확보하고  있음
을 말입니다.

  『악보89는 강박에 사용된다는 소위 전과음의 예이다.  전과음들
이 모두 3/4박의 비트·악센트(beat accent) 자리에 위치하고 있음
은, 악센트나 강박에 해당하는 위치가 전과음의 전제조건인  만큼,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 하겠다. 이에 견주어 위 악보88에서 x  표시
의 비화성음을, 비트·악센트의 위치에 있으되 전과음이 아니라 악
센트가 없는 경과음으로 간주하는 것은 융통성과 통찰력에 의해 보
다 적절한 미학적 상황을 간파한 결과라 할 것이다.』


   악보89. 기본형에 전과음을 추가한 예 ―기타화성학 제197페이지 예223 
 (※ 악보에서 전과음은 모두 회색 음표로 기보되어 있으며 아울러 * 표시가 되어 있음).


  『그렇군요.』

  아이는 지나가는 말로 가볍게 긍정했습니다. 아이의 대답을 듣는
둥 마는둥 중년 사내는 설명에 열중했습니다.

  『그와 같은 융통성은 카르카시 25의 연습곡(Op. 60)  제1번에서 
인용한 예(악보90)에서 더욱 확대되어 독자로 하여금 보다 더 유연
하게 음악적 문맥(文脈)을 판단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사실을  주지
하도록 만든다. 악보90에 덧붙여 저자(小船)가 설명하고 있듯 악보
90에서 x 표시가 되어 있는 회색의 음표들은 모두 경과음에 해당한
다.   그런데, 이나 표시로 둘러싸인  음들은  비트·악센트에 
위치하고 있는 음들이며 그중에서 특히 표시가 되어 있는 것들은 
리듬상으로도 강박에 해당하는 제1박이나 제3박의 비트에 해당하는 
음들이다. 만일 곧이곧대로 약박의 비화성음은 경과음이나  보조음
이며   강박의   비화성음은   모두   전과음이나   계류음(繫留音 
suspension)이라 한다면 악보90의 예시 내용은 문제가 아닐 수  없
을 것이다. 그렇지 않겠니?  저자는 이들을  「경과음의  대표적인 
형태」라고 소개하고 있으니까. 이 예로부터 강박에 사용된 비화성
음이라 해도 그 성격에 따라 전과음으로 해석하는 것이 적절치  않
은 경우가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납득하게 되었을 것이다.』


   악보90. 기성 작품에서 인용한 경과음의 예 ―기타화성학 제192페이지 예216 
       (※ x표시가 되어 있는 회색의 음표들은 모두 경과음임).


  아이는 이제 목을 길게 빼고 중년 사내가 진검(眞劍)을 뽑아  드
는 순간을 기다리는 일만 남았음을 예감했습니다. 중년 사내의  설
명은 그 어눌한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조리  있게  전개되곤 
했습니다.

  『저자는 다음의 예(악보91, 악보92)에서 강박에 사용된  비화성
음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전과음(appoggiatura)답기 위해서는  어떠
한 특성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지에 대하여 잘 보여 주고 있다.』

  「기타화성학」의  악보91 악보92에는 다음과 같은 해설이  곁들
여져 있었습니다.  즉,「전과음의 사용법····<중략>···  또 
한가지 중요한 것은 그 사용법에 통일성이 있다는 것이다. 가령 전
과음만으로 멜로디를 꾸미고 있다든가, 경과음과 혼용할 때에는 양
자(兩者)의 성격을 명백하게 하며, 전과음이 쓰이는 곳을 같게  하
거나 사용하는 방법을 같게 하여, 어떠한 형태로든 간에  통일성을 
주고 있는 것이다.  악보91과 악보92의 선율  중에서,  전과음으로 
꾸며진 곳은 항상 전과음의 위치가 일정하게  통일되어  있다.」라
고.

  
  악보91. 기성 작품에서 인용한 전과음의 예 ―기타화성학 제197페이지 예224의 1



  악보92. 기성 작품에서 인용한 전과음의 예 ―기타화성학 제197페이지 예224의 2


  『이제 알함브라의 경우를 살펴 보도록 하자. 알함브라의 제11마
디 첫박의 음, 즉 네가 전과음이라고 생각한 음(악보93에서 x 표시
가 되어 있는 음)은 마치 시(B)와 솔#(G#) 사이 놓인 경과음과  같
은 형태를 취하고 있지 않느냐.  게다가 선율부의 헤미올라 리듬이 
제10~11, 14~15, 18~19, 26~27, 30~31, 34~35마디에 이르기까지 여
섯 번이나 되풀이되며 그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어서 선율로부터 느
껴지는 헤미올라 리듬의 매력이 비화성음 x에 의한 화성적  긴장감
을 압도하고 있다고나 할까.』

  『이젠 선생님 말씀이 잘 이해가 되요.  악보93의 x  표시  음은 
경과음으로 간주해야 겠군요.』

  아이의 말에 중년 사내가 잠시 생각을 가다듬기라도 하는 듯  뜸
을 들였습니다.


          악보93. 알함브라의 제10~12마디


  『언젠가 내가, 이 부분이 폴리리듬(polyrhythm)으로 되어  있다
고 말한 것을 기억하느냐?』

  『네, 기억 나요. 「선율부는  헤미올라(Hemiola)의  리듬이지만 
반주부는 여전히 3/4 박자를 고수하고 있다」고  말씀하신  것으로 
기억해요.』 

  『그렇단다.  다시 말해서, 선율의 리듬은 헤미올라에 의한  3/2
박이고, 그러나 화성의 리듬은 3/4박으로 된 폴리리듬(polyrhythm)
이지.  아무튼 악보93의 x 표시 음은 헤미올라 리듬으로 인해 선율
적으로는 경과음으로 격하되어버린 셈이다.  하지만, 화성적으로는 
전과음으로서의 긴장감을 완전히 잃어버린 것은  아니어서  리듬의 
양립(兩立), 즉 폴리리듬(polyrhythm)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도움
이 되고 있다. 타레가의 진면목을 보여 주는 정교한 설계 중의  하
나라 하겠구나.  음~, 우리는 지금 과거로 100여년을 거슬러  올라
가 거장을 마주 대하고 있는 것이다.』 

  『알함브라의 제14~15, 18~19, 30~31마디 부분은 제10~11마디 부
분과 유사하고, 나머지 제26~27, 34~35마디 부분(악보94)은 계류음
(繫留音 suspension)으로 되어 있어서 그 자체로 헤미올라의  리듬
에 잘 부합되고 있다 하겠다.』


          악보94. 알함브라의 제26~27, 34~35마디


  다른 이론 서적을 찾을 필요도 없이 중년 사내가 자신이 들고 다
니던 책 단 한 권을 이용하여 체계적인 설명을 이끌어내는 것을 보
고 아이는 가슴 한 구석이 허전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저항의 여지는 남아 있었습니다. 아이가 건조한 목소리로  말
했습니다.

  『하지만, 음반들을 자세히 들어보면 (악보93의) x 표시 음에 상
당한 악센트가 가해지는 것으로 들리던데요.』

  『그럴까? 그럼 다시 확인해 보는 것이 좋겠지···. 』

  음반 연주에서 아이가 가르키는 부분들을 다시 들어본 다음 중년 
사내가 말했습니다. 

  『그건, (너가 여전히 내심으로는 헤미올라의 성립을 저지할  만
한 비중을 가진 전과음임을 포기하고 싶어 하지 않는) x 표시 음보
다는 32분 셋잇단음(꾸밈음) 쪽에 가해지는 악센트로  들리는구나.
』

  마침내 아이가 고개를 크게 끄덕였습니다.  게임은  끝났습니다. 
결국 완전한 무장해제를 당하고 말았습니다. 이제 의문은 전부  풀
린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다행스런 것은 중년 사내가 아이  자신
의 어리석음(?)에 대해 그리 나무라거나 하는 눈치는 아니라는  사
실이었습니다. 사실을 아야기 하자면, 필자는 그때처럼 중년  사내
가 행복한 표정을 지어 보이는 것을 본 적이 없습니다.

  잠시 한 숨 돌린 다음, 중년 사내가 다시 가라앉은 음성으로  말
했습니다.

  『그런데 말이다··· 그동안 내가 진정 너에게 가르치려고  애
쓴 것은 알함브라가 아니란다.』

  아이가 눈을 동그랗게 떴습니다. 다소 의아했기 때문입니다.  하
지만, 중년 사내의 다음 말을 듣자 갑자기 눈 앞에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것이 보였습니다.

  『내가 진정 너에게 가르치고 싶었고 가르치려 했던 것은 다름이 
아니라  '기타음악을 공부해 나가는 방법'에 대한 것이랄까,  아무
튼 그러한 것이었단다.  적어도 연습에 앞서 먼저 곡의 음악적  내
용에 대해, 그리고 연습할 과제의 성격이나 연습이 필요한  부분과 
그 연습방법 등에 대하여 충분히 생각해 보지 않으면 안된다는  사
실 정도만이라도···  그리고, 문제를 찾아 내고 또한 그것을 해
결하고 극복해 나가는 요령 등을··· 그런데, 기대 이상으로  너
가 잘 해 나가고 있다고 생각되는구나.』이 말은  그가  아이에게, 
스승을 그 누구보다도 경외하게 된 어린 제자에게 중년 사내가  남
긴 마지막 말이었습니다.  그는 프리랜서로서  계약된  서울에서의 
일을 모두 끝내고 먼 남쪽 지방으로, 집으로 돌아 가야 했던  것입
니다.